리치몬드에 대한 추억 창고

<사진은 옛날에 찍어뒀던 시음사진. 꽤 맛있는 허브티입니다. 
티백을 잘 안 구입하다보니 다시 사지는 않았습니다만...이 블로그는 차 블로그이니깐 그냥 짤방삼아 올려두죠..>

지금은 홍대앞에 까페가 정말 많아졌고 어딜가도 먹을 게 넘치지만, 99년만 하더라도 커피를 전문으로 내려서 파는 곳이 막 홍대앞에나 생겨나고 있는 시점이었고 그보다 2~3년전에는 라리와 리치몬드 이외에는 홍대앞에서 이렇다할 커피와 케이크를 먹을데가 없었다. 대부분 그런 걸 생각지 않고 살던 시절이었고 커피를 지금처럼 사람들이 마셔대던 시절도 아니었다. 심지어 스타벅스도 그당시에는 매우 드물었다. 홍대앞에는 당시에도 이상한 가게들이 많았다. 재미난 조각가처럼 특색을 갖고 선전하던 곳도 있었고 로얄 밀크티로 유명하던 그 바로 아래-지금은 미용실이다가 음식점으로 바뀌었지만- 오후의 홍차는 홍차는 정말 맛있는 곳이었지만 케이크를 파는 곳은 아니었다. 라리는 물론 지금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었다. 내 기억에 거기서 케이크를 사려면 당시에도 쉬폰이 4만원에 육박했으니까.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리치몬드로 가서 케이크를 사오는 게 대부분이었다. 학과에서 생일파티를 하거나, 특별히 케이크가 먹고 싶다. 그런 때에, 모두들 리치몬드에 가서 과일/생크림 케이크를 사왔고 과자를 사서 집에 가서 차를 내려 마셨다. 나는 원래 과일생크림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했지만 여긴 참 의외로 맛있다. 그러고 먹었더랬다.
 지금은 유명해진 리치몬드의 슈크림도 당시엔 없었고 제과점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고퀄이던 커피도, 갓구운 -아무것도 안 얹은-빵을 쟁반에 담아서 사는 약간 생소한 방식도 그런 이유로 리치몬드가 나는 최초였다. ...솔직히 말하면 어느분 말씀대로, 나도 아무것도 얹지 않은 그걸 그 가격에 사는 건 꽤 비싸다고 생각했다. 맛있지만, 밀가루밖에 없는데 이렇게 사면 많이 비싼데. 그래서 여러개를 두고 고르고 골라서 하나만 사서 돌아오거나 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저기 빵집에서 볼 수 있는 설탕범벅빵들을 보면서 그냥 아무것도 안 들어간 빵을 고르고 있는 아이러니속에 빠져서 조금 그리워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이제 홍대앞에 가면 "내가 알던 홍대앞 가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리치몬드도 그중하나였고,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여전히 맛있네. 그런 흐뭇함같은 것의 복합재같은 것이었다.사실은 내가 홍대앞에 살거나 혹은 학교를 다니던 시절보다도 전에 리치몬드는 거기 있었고 내가 졸업하고도 계속 있었다. 홍대앞처럼 6개월마다 한번씩 가게가 바뀌는 곳에서 그런 가게들은 마치 마음속에 그려둔 과거의 지도 한 부분같은 것이다. 지금에 와서 리치몬드가 옛날과 맛이 달라졌거나 혹은 새로운 메뉴가 더 유명해졌다고 해서 기분이 이상할 건 하나도 없다. 

리치몬드도 프랜차이즈라는 얘기도 할말이 있다. 미리 언급하겠지만 이건 상당히 논지에서 어긋난 이야기지만 말이 나왔으니 하자면 "좀 더 큰 프랜차이즈"와 "좀 작은 프랜차이즈"라고 하는데 신명제과, 나폴레옹 과자점, 리치몬드 제과점 같은 꽤 이름이 있는 제과점들이 유통기업들의 프랜차이즈와 어떤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저런 방식으로 나눠지는지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군데가 맛이 다 같던가? 같은 음식으로 승부보던가?다 빤한 제과점이던가? 빵에 크림 바르면 케이크라고 생각하고, 밀가루 덩어리가 왜이리 비싸냐던 시절이었는데 저기 가면 나는 케이크를 고를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 나는 학원 근처에 있넌 나폴레옹 과자점에서 30분이 넘게 걸리는 집으로 부모님 생일케이크를 사서 갔다. 대학을 다니면서 어머니 생신때는 리치몬드에서 케이크를 사서 집까지 1시간반동안 들고 갔고, 홍대 리치몬드가 내부공사를 한다고 해서 성산점을 찾아가서 케이크를 사서 집에 대령한 적이 있다. 집앞에 롯데가 있어서 포숑이 있어도 부모님은 포숑이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고 하셨으니까... 그 다음에 미고를 만나고, 그리고 여러 케이크집들이 나타났던 것 같다 천천히. 하지만 홍대앞에서 케이크를 살 곳은 거의 정해져있었다. 성산점이 있던없던 나한테 리치몬드라고 하면 홍대 리치몬드밖에 없다. 

이젠 나는 홍대앞에 가면 알 수 있는 가게들이 거의 없다. 사실은 홍대 자체를 올라가봐도 옛날하고 다르기 때문에 이런 걸로 따지는 건 어이없는 일이지만, 조폭떡볶이 트럭에서 만났던 두 청년(이랄지..)도 지금 조폭떡볶이 가게에서 나는 본적이 없는지라 같은 가게인가 의심했던 만큼(맛은 똑같지만.) 이제 홍대앞에 가서 내가 알던 그곳인지를 느끼게 되는 것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 다락투가 사라지거나 하면 나는 정말 홍대앞에 가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할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홍대앞을 많이 다니던, 오래 있던 사람들은 이런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더 맛있는 빵집도 생기고 케이크집도 많아지고 리치몬드가 그들에 비해서 맛이 좀 떨어져서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그 맞은편의 빈스빈스를 꽤 여러번 갔었다. 그럼 리치몬드에 내가뭐 잘못했나? 그럴 때 가서 먹어주지 그랬냐고 하실건가? 사실 작년 아버지 생신때도 리치몬드에서 케이크를 사갔었다. 나한테는 리치몬드가 그렇게 "가서 먹어줘야하는" 가게가 아니라서 그런 생각이 안드나보다.
 
이제는 나도 백화점에 가도 케이크를 좀 편하게 사고, 맛있는 케이크를 사러 갈 곳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케이크말고 와플도 먹을 게 생겼다. 하지만 언젠가 우울했던  J양을 만나서 같이 리치몬드에서 마셨던 커피와 케이크 한쪽이나, 거기서 사들고 갔던 케이크같은 것들, 한겨울에 추위에 덜덜떨면서 작업실에서 팡파레를 울리고 친구들과 퍼먹던 생크림 케이크...그런 것들이 쌓여서 그냥 나에겐 "리치몬드가 사라진다"가 "리치몬드가 사라진다."가 되는 것이다. 빵집은 빵으로 승부하는 건 맞는데, 이런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은 다음 십년후에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 자리에 뭐가 들어서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만약 그걸 경쟁대상이 될만한 대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런 것이고. 

대체 리치몬드 아쉬워하고 안타까와 하는게 뭐가 그렇게 짜증인가? 남이사 사후 약방문을 하던말던 뭔상관이야? 참고로 난 안 갔다. 난 지금 사라졌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거고 가서 보고 어머 사라졌네를 할 거다. 폐점한다는 현수막같은 건 보고싶지 않다.

센차 - 東陽園(ToYoEn) 창고


사실 'ㅁ' 지금 일본이 저 난리가 난 상황에서 일본차 이야기를 하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지만 일단 기록 차원에서 :) 남깁니다. Simi님이 보내주신 토요엔의 센차구요, 우지산이고 받은지는 좀 오래됐습니다.(그분은 작년 2월쯤 받으셨다고 하니 마지막 배..) 

향은 저한테 오는 사이에 약간 날아갔는데 감칠맛은 좀 적고 향이 좀 더 단단하달지 깊달지 그런 편으로 맛으로 마시기 좋은 센차는 아니예요. 시즈오카차랑도 조금 비슷합니다. (이걸 아는 이유는 나중에 한번 더 받았는데 그땐 향이 좋더라구요) 색은 우지차 특유의 미역같은 녹색인데 맛은 시즈오카쪽이랑 더 느낌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러나는 시간도 센차답게 상당히 짧습니다. 

한 1~2분이면 이미 꽤 우러난 맛이 나는데...저는 그래도 3분정도 두는 편이예요 내려서 색이 많이 안 나면 센차만큼은, 다시 부어서 다시 우립니다 ^^;;;;  그럼 맛도 많이 우러나는데, 제가 교토 우지쪽 차를 마시는 이유는 순전히 그 짙은 감칠맛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물을 많이 식혀야 하기 때문에 물식힘 그릇에 따라내서 식힘그릇을 잡고 있으면서 손이 뜨거우면 그냥 김이 나는 정도여도 절대 붓지 않습니다. 제 경우엔 뜨거운 것도 잘 만지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기준은 좀 상대적일텐데, 일반적으로 한국이나 중국 녹차를 마실 때에해 많이 식혀서 내리는 편이구요, 실제로 일본에서 우지차 내리는 법을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여린 잎은 60~80도 정도로 반드시 많이 낮은 수온에서 물을 쓰라고 나와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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